개발 에피소드

VSCO의
비밀스런 연구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잇는 그들의 이야기.

VSCO〉 본사에는 수상한 연구소가 있습니다. 필름 통으로 가득한 냉장고부터, 사진을 현상하기 위한 화학 실험실과 스펙트럼 데이터를 수집하는 암실까지. 하나 같이 아날로그 장비죠. 하지만 이들의 존재 이유는 디지털 포토그래피의 최첨단과 맞닿아 있습니다. 실물 필름을 디지털로 똑같이 재현해 내는 VSCO 연구원들의 작업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거든요.

냉장고 안에는 100개가 넘는 빈티지 필름이 작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목 있는 디지털 사진 작가들 사이에서 〈VSCO〉는 아름다운 필터(앱에서는 ‘프리셋’이라 불리죠)로 유명합니다. 그럴 만하죠. 〈VSCO〉의 프리셋 중 대부분은 앞서 말한 〈VSCO〉의 필름 연구에서 나왔거든요.

당시의 필름을 디지털로 완벽하게 복제해 내는 겁니다. 우리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출시하지도 않습니다.
잭 호지스, 컬러 연구원

“우리는 역사학자와 비슷한 면이 좀 있죠.” 2011년 VSCO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해 온 연구원 잭 호지스(Zach Hodges)의 말입니다.

그의 동료 로히트 파틸(Rohit Patil)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우리 일에는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 내고자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VSCO〉의 필터 개발에 쓰이는 참고용 사진에는 다채로운 색과 질감을 가진 피사체를 담습니다.

아날로그 필름의 디지털 재현 작업은 냉장고에서 시작됩니다. 냉장고 안엔 생산된 지 수십 년이 지난, 100여 종에 달하는 필름들을 보관 중이죠. 아직 생산 중인 필름도 있는가 하면, 단종된 지 오래인 1990년대 제품도 있습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현상액, 건조대, 필름 압착 작업.

우선, 상온에 맞춰 해동한 필름을 자이스 50㎜ 렌즈가 달린 캐논의 EOS 3 SLR 카메라에 삽입합니다. 그리고 어두운 방 안에서 사진작가가 테스트 촬영을 진행하죠. 이 사진에는 루빅큐브, 밝은 색깔의 실뭉치, 플라스틱 바나나, 다양한 피부 톤을 지닌 사람들의 스냅 사진 등을 담습니다. 전체적인 컬러 그러데이션 범위를 포착하기 위해서죠. 한편 연구실 반대편에 있는 분광방사계로 측정한 빛 스펙트럼의 부분 역시 해당 카메라로 촬영합니다.

필름이 빛 자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려는 거죠.
로히트 파틸, 컬러 연구원

필름의 한 프레임을 평가하는 데 길게는 40분 정도가 걸립니다. 지루한 작업이죠. “필름이 빛 자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려는 거죠.” 파틸은 설명합니다. 다음은 화학 실험실에서 필름을 현상할 차례. 이곳에는 각종 약품과 필름 현상용 용기들이 빼곡히 들어 있습니다.

가장 힘든 부분은 뭘까요? 바로 필름이 단 한 통만 남았을 때, 즉 36장의 프레임만으로 모든 테스트 촬영을 마쳐야 할 때라고 합니다. “그럴 때의 긴장감은 상상도 못 할 정도죠.” 파틸은 말합니다.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는 호지스와 파틸.

디지털 재현 작업을 마무리하면, 내부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옛날 잡지에 게재된 사진들, 현장 테스트 사진들, 온라인 이미지들을 새 필터와 비교하는 거죠. “당시의 필름을 디지털로 완벽하게 복제해 내는 겁니다.” 호지스가 말합니다. “우리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출시하지도 않습니다.”

〈VSCO〉 프리셋 3종: 엄청난 포화도를 자랑하는 Agfa Ultra 50 필름 기반의 AU5. 단종된 Fuji Superia 1600을 복제한 FS16. 풍경 사진용 필름의 고전 Fuji Velvia 50에서 영감을 얻은 FV5.

〈VSCO〉의 프리셋들은 X1이나 AU5처럼 단순하고 모호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탭해 보면 해당 프리셋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IH5는 1989년에 출시된 흑백 필름 Ilford HP5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KU8은 Kodak Ultramax 800 기반으로 한 겁니다.

단종되어 사라져 가는 과거의 필름들이, 〈VSCO〉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