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 Store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자의 분야에서 한계를 넘어서며 앱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가사 노동의 가치를 재정의하며 사회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라이프케어 플랫폼 〈청연〉의 연현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앱으로 택시도 부르는 세상인데, 왜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 찾는 건 이렇게 힘들까요?"
다음, NCSOFT, 카카오 등 국내 굴지의 IT 기업들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던 연현주 대표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이 문제를 몸소 겪었습니다. 도우미를 부르려 해도 결제 수단이 불편하고, 비용은 계산하기 어렵고, 급한 시간에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남들이 외면해온 이 문제를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연현주 대표는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2017년,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청소연구소’, 오늘날의 〈청연〉입니다. 가사 도우미를 간편하게 예약하고, 투명한 가격으로 결제할 수 있는 홈클리닝 서비스입니다. 현재 전국 20만여 명의 청소 매니저가 활동하며, 사내 근무 직원 중 70% 이상이 여성입니다. 게다가 여성 일자리 창출과 일, 가정 양립 문화 정착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2025 여성기업 유공자 포상’ 모범여성기업인 부문 국무총리상도 수상했습니다.

탄탄한 커리어를 뒤로 한 채 창업을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말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웃음) 솔직히 저는 창업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도 뒤도 안 돌아보고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제가 이 서비스가 필요했거든요.
아들 셋이라 도우미 이모님을 부르면 비용이 배로 들었어요. 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받는다거나, 갑작스러운 일정 바꾸는 등 불편한 점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남들이 안 만들면,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서라도 만들어야겠다고.

〈청연〉의 전신인 청소연구소, ‘청소’와 ‘연구소’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붙인 데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세제를 쌓아두고 막 연구하고 있으니까, 누군가 "와, 진짜 연구소를 차리셨네요." 하고 툭 던지고 갔는데 그 말이 뇌리에 딱 박혔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사실은 하나의 학문, 연구구나’ 싶었죠. 우리가 흔히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청소’에 ‘연구소’라는 단어를 통해 진지함을 부여하고 싶었어요. 이게 단순히 청소가 아니라, 우리가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수행하는 일이라고 알리고 싶었어요.

창업 초기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직접 청소 현장에 나가셨다고 들었는데, 그 경험이 앱 설계에 어떻게 반영됐나요?
예약은 막 들어오는데 매니저가 3명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나갔어요 그냥. (웃음) 초기 멤버들 다 앞치마 들고 나갔어요. 낮에는 청소하고 밤에는 앱 개발하고, 첫 2년은 계속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때 청소를 많이 했던 게 진짜 도움이 됐어요. 제가 매니저한테 지적했던 실수를 다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현장에 직접 가보니 집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쓰레기봉투 위치나 청소기 작동 방법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어요. 그런 상황들을 직접 겪어봤으니까, 불편한 걸 바로바로 매니저 전용 앱인 〈청소연구소 매니저〉에 반영할 수 있었어요. 한번 다녀오면 앱이 다 바뀌어 있으니까, 개발자들이 긴장을 했죠. (웃음)
〈청연〉 예약 변경도 굉장히 공을 들였어요. "매주 수요일인데 다음 주만 바꾸고 싶다", "이번 달 전체 일정을 옮기고 싶다" 같은 케이스들을 하나하나 다 앱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청소할 때 유의할 점도 마찬가지예요. 세탁이나 창틀 먼지, 냉장고 청소, 반려동물 배변 처리까지, 이용자가 직접 선택하고 전달할 수 있게 했어요. 만드는 건 복잡하더라도 쓰는 분들은 편해야 하니까요.

청소해주시는 분들은 '청소매니저'라 부릅니다.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이 일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고 싶었던가요?
‘청소부’나 ‘도우미’, ‘아줌마’ 같은 호칭은 우리 어머니 세대가 써온 말들인데, 때로는 자존감을 낮추는 느낌이 들었어요. 누군가를 통해 살아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더 편안하고 전문적으로 느끼게 해줄 단어를 찾았어요. 클리너도 생각해봤는데, 결국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매니저’가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자존감과 전문성을 갖고 일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50년을 남편이 벌어준 돈만 받고 살았는데, 내가 이렇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값지고 소중하다는 얘기를 해주시는 매니저들도 계세요. 우리가 제공한 일자리가 이분들에게는 큰 삶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며, 사명감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제공한 일자리가 이분들에게는 큰 삶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며, 사명감이 듭니다.- 연현주, 〈청연〉 대표
매니저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전국 20만 명이 일하고 계시니, 첫 교육은 반드시 대면으로 하고 이후로는 앱 안에서 영상 콘텐츠로 이어가요. 새 청소기나 세제 사용법, 파손 우려 제품 매뉴얼까지 다 넣어뒀고, 요즘은 AI로 상담 내용을 분석해서 현장의 반복되는 문제들을 찾아내기도 해요.

육아 혹은 가사 부담으로 인해 일을 그만 둘까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나요?
저도 그 계산, 해봤어요. 내 급여랑 헬퍼 이모님 급여를 비교해서 ‘이 돈을 주느니 내가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근데 저는 반대로 얘기해요. 어떻게든 그 도움을 유지하라고.
좋은 일자리는 유지하는 만큼 커리어도, 연봉도 함께 쌓여가요. 반면 육아 비용은 아이들이 7~8살만 되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요. 지금 이 시기가 영원할 것 같지만, 사실은 한시적인 구간이에요. 그 구간을 버티기 위해 지금 투자가 필요한 거고, 그게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이에요.
가족이 최우선 가치는 맞아요. 근데 나를 희생할 필요는 없어요. 나를 희생하는 순간, 평생 그거에 발목 잡혀 살거든요. 아이를 키우고 가사를 해줄 수 있는 리소스는 나 말고도 있어요. 그 리소스에 투자하고, 대신 내 커리어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투자자 분이 〈청연〉은 인프라라고 하셨어요. 정말 이 나라에 필요한 서비스구나, 싶었죠.- 연현주, 〈청연〉 대표
〈청연〉을 어떤 서비스로 만들어가고 싶나요?
투자자 중 한 분이 "〈청연〉 같은 서비스는 인프라라고 생각해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아, 우리는 인프라구나. 정말 이 나라에 필요한 서비스구나’ 그런 생각으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일하는 여성들이나 1인 가구와 노인 가구 등 가사 서비스가 힘든 분들에게 너무 당연하고 필수적인 서비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돌봄, 식사, 가사 등 일상에서 반복되는 부담들을 같이 덜어드릴 수 있는 서비스로 계속 넓혀가고 싶어요.

세제를 쌓아두고 청소 시간을 재던 그 순간부터, 연현주 대표는 청소를 ‘연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청연〉은 오늘도 누군가의 삶의 무게를 조금 더 가볍게 덜어주고 있습니다.